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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삼성 AS 기사 추락사,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기사승인 2016.07.28  09: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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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청년 정비사를 추모하던 꽃이 마르기도 전인 지난 6월 또 한명의 에어컨 수리기사가 추락사를 당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성북센터 소속 진남진 기사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미성빌라 3층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발코니 난간 전체가 무너지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엄연히 업무 중 사망했음에도 여전히 그의 죽음 앞에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는 진씨의 사망이 원·하청 구조에 따른 업무의 외주화와 실적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회 측은 “같은 일을 하는 엔지니어의 사고소식은 우리들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공포와 상처로 남는다”면서 “건당 수수료 체계로 인한 실적 압박과 불안정한 삶, 성수기에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 환경에서 위험한 일을 마다할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수리기사들이 받는 실적 압박은 원·하청 구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은 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리 업무를 맡긴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는 하청업체 측에 실적 압박을 가하고, 그 압박은 고스란히 작업을 해야 하는 기사들에게 돌아간다. 진씨는 하청업체(성북센터) 소속 직원이었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진씨 측은 삼성에 산재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나마도 진씨가 소속된 성북센터 측은 “안전장비를 지급하고 교육도 실시했지만 진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실제로 진씨는 사고 당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듯이 진씨가 작업을 했던 곳은 안전장비를 설치할 곳도 없었음은 물론 설령 갖췄더라도 난간 자체가 벽에서 떨어져 나간 상황이었기에 불상사를 피할 길이 없었다.

최근 진씨의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먼저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며 쓴 일기가 공개돼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기장에는 “아빠만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우리 아빠, 우리를 위해서 몸을 바치신 우리 아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빠, 불쌍한 우리 아빠, 평생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아빠...”라고 적혀있었다.

▲ 진씨의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쓴 일기.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초등학교 2학년 딸이 기술직 비정규 노동자인 아버지의 업무환경을 자세히 알 순 없었겠지만, 딸의 말처럼 진씨는 정말 일만하다 세상을 떠났다. 업무량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수리기사의 안전사고가 더욱 증가한다. 수리기사들은 삼성 측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수리를 하는데, 여름에는 특히 에어컨 수리가 폭증한다. 때문에 배당받는 업무량도 몇 배가 늘어난다.

이에 대해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비즈넷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리기사들은 원·하청 구조 하에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를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량에 스스로도 안전문제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주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위험요소 제거와 비용적인 측면이 가장 크다”며 “더욱이 원청(삼성전자서비스)에서 협력사들을 관리하는 방법은 실적지표밖에 없고, 무리한 실적을 충족을 시키기 위해서는 안전은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가 처음 생길 당시 서비스 기사들 대부분은 안전장비도 없었다. 그러다 2014년에 기사들이 안전장비를 요구하며 실태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제야 장비 지급과 안전교육이 실시됐다”며 “특히 실적 압박은 안전장비와 교육이 실시된 후부터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진씨, 생사의 기로에서도 실적 압박 받아

진씨가 사고 후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던 날에도 성북센터는 기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같은 문자는 진씨의 휴대전화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하청업체 소속 기사들은 1시간 안에 1대의 에어컨을 수리해야 한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미결(수리 안 된 건)’, ‘당일률(당일 접수돼 처리된 건)’ 등으로 하청업체의 실적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진씨가 사경을 헤매는 사고를 당했을 때도 성북센터 측은 기사들에게 “현재시간 외근 미결이 위험수위로 가고 있음”, “처리가 매우 부진함, 익일 센터 약속 처리”, “늦은 시간까지 1건이라도 뺄 수 있는 건은 절대적으로 처리”, “비 온다고 에어컨 다음날 넘기지 마세요. 무조건 조치 할 수 있음 조치 당부”, “연장근무 시간대는 재약속 건은 잡지 않으면 고맙겠습니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필요로 하는 작업에 있어 장비를 지급함으로써 안전조치를 다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제대로 착용하도록 해야 할 관리·감독 의무까지 있다”며 “진씨의 사업주는 안전조치 여부를 점검하기는커녕 안전장비를 갖추고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업무량을 부여하며 빠른 일처리를 재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삼성 제품을 수리하는 기사였지만 삼성전자 소속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소속도 아닌 용역계약을 맺은 ‘지역 센터’ 계약직 노동자 였다”며 “고용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업무환경에 대한 관리는 형식적 사용자인 영세한 하청 사업주에게 맡겨지고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위협을 받게 된다”고 질타했다.

박 부지회장은 “원·하청 구조에서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이다. 하청업체의 바지사장이 노동자들의 복지를 높여주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해줄 능력이나 권한이 없는 실정”이라며 “20대 국회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실질적으로 삼성전자 사업부”

지난 5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술서비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토론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B·LGU+, 티브로드·씨앤앰 케이블방송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충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원하청 구조에 대한 특징과 문제점’을 발표한 이유미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선자서비스는 본사-지사-지점-센터 체계로, 지사는 서울 경인 중부 등 권역별로 분포해 전국에 7개가 있다. 지사 아래는 지점이 있으며 보통 2개 이상의 센터를 관리하고 45개점이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위탁센터와 삼성전자서비스 직영센터로 나뉘고 전국에 176여개 센터와 7개의 직영, 169개의 위탁 등 위탁센터가 압도적으로 많은 형편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회사지만 삼성전자 제품만 취급하고 삼성전자 방침에 따라 사업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사업부라는 것이 이유미 연구원의 설명이다. 또한 직접 수리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하청업체에 위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센터 노동자들은 이중도급의 지위에 처해있다. 때문에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삼성전자서비스에게 사용자로서 책임을 묻기 어렵고, 하청업체 사장의 중간 착복과 건당수수료 임금체계로 급격한 임금변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의 고용구조는 엔지니어와 기술상담직이 주요 직무이고 대다수가 상용직이었다. 구체적으로 상용직은 1천379명, 계약직은 14명이다. 하청업체의 경우 주요 직종이 콜센터 상담, A/S접수, 수리(내외근)직으로 나뉘며 각각 1천431명, 373명, 8천406명 규모이다.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고용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하청업체와 직접고용 관계를 맺는 정규직이 다수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관계를 간접고용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하청인 서비스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로 위탁받은 업무 이외의 독자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며, 노동과정 및 결과통제가 전적으로 원청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계약직 서비스기사가 있다. 삼성전자 제품매출 감소로 수리물량 역시 감소하면서 고정인원을 줄이려는 요인이 강화됨과 동시에 노동조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직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성수기에 개별 도급계약을 맺는 제휴인력이 있다. 이는 계약직과 마찬가지로 특히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파업시기에 확대하거나, 수리물량 감소로 고정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수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하청업체 업무관리와 전자감시 시스템

이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소속 지점의 주요 업무는 핵심성과지표에 따라 하청업체 서비스센터의 성과관리 및 위탁업무 관리다. 매분기 및 연말을 기준으로 하청업체와 수리기사를 평가해 하청업체에 대한 포상 및 계약해지, 수리기사에 대한 포상 및 징계를 수행한다. 그리고 원청의 관리통제는 원·하청을 연계한 전산시스템을 매개로 구체화 된다.

하청업체 서비스기사들은 하청콜센터로부터 고객의 요구가 접수되면 삼성전자서비스 e-Zone를 거쳐 수리조건에 따라 업무를 할당받아 개인PDA로 받아본다. e-Zone이란 원·하청 간 업무를 연계하기 위해 현장서비스 업무관리와 기술자료, 재고관리, 교육, 외근서비스관제시스템 등을 포함한 전자시스템으로, 하청업체의 업무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즉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의 모든 업무를 원청업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하청업체가 경영상 독립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대변한다는 설명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로부터 모든 재무와 자산, 재고, 고객관리 정보까지 e-Zone을 통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가 이를 기반으로 하청업체에 수수료를 납입하면 이를 수려해 센터 운영비와 노동자에게 임금지급을 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시스템을 통해 하청노동자의 인사관리를 위한 자료를 축적, 하청업체의 채용과 교육훈련, 징계 등 인사관리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연구원은 밝혔다. 경영관리시스템은 하청업체와 소속노동자에 대한 웹기반 인사회계관리 시스템으로, 구체적 기능은 하청업체의 채용과 인사, 평가, 상여금, 퇴직금, 근태관리 등의 관리다. 둘째로 하청업체의 전표와 장부, 부가세, 예산, 자산관리 등의 회계 관리 기능이다. 마지막은 하청업체 성과관리다. 여기에는 서비스신속 완력 처리 현황이나 고객만족평가 지표 등의 관리지표, 교육자격 현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원·하청 연계 전산시스템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업무성과와 하청업체 회계현황을 직접적이고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통제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있거나, 동일한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원청이 실질적인 인사 노무관리와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에어컨 수리기사 사망사고에 대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 “관련 법안 개정 시급”

법조계에서는 진씨와 같은 사각지대에 속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동법상 사용자에 대한 개념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바지사장이 아닌 ‘진짜사장’이 안전조치 관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는 설명이다.

류하경 민변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하도급을 줄 수 없는 업종이 정해져있다. 해당 법에 금지돼 있는 업종이 아닌 이상 하청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진씨의 경우 법적으로는 하청업체 소속 사장이 책임을 져야하지만 실질적으로 바지사장인 하청업체 사장이 어떤 책임을 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노동법에서 규정한 사용자의 개념이 확대되야 한다. 2010년에 나온 대우중공업 관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경우 원청이 노동법상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현재 이 판례를 바탕으로 입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지회 측과 시민단체들은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삼성 에어컨 기사의 사망에 대한 특별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이번 추락사고와 관련해 특별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하는 것과 특별안전보건 감독의 범위를 삼성전자서비스 원청과 협력사 전체로 할 것, 노동조합과 원청을 포함한 대책팀 구성 마련 등 3가지 대안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수사와 처벌로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공동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상가건물 등에 안전조치가 없는 곳이 많다. 이런 위법한 설치를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 기술직 노동자의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8월 전북 장수에서 티브로드 케이블 설치기사가 전봇대 작업 중 추락사했고, 2015년 7월 경기도 안산에서는 LG전자 기사가 에어컨 실외기 작업 중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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