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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가습기살균제 업체 무혐의 논란···공정위의 꼼수

기사승인 2016.09.30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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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이 지적하지 않은 진짜 문제는?

▲ 지난 8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SK케미칼, 애경, 이마트에 면죄부 준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발표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 참석자들이 '공정위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가 관련법의 통상적 해석과 달리 기업 측에 부과되는 입증책임을 환경부에 전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CMIT/MIT 성분은 폐 이외 다른 장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이란 사실이 지난 4월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CMIT/MIT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하고 있음에도 공정위 홀로 ‘뒷북행정’으로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건 피해자는 공정위가 업체의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심리를 종결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 지난 22일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과 이마트가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20일 공정위에 해당 업체들을 신고했다. 해당 제품들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든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서 사용된 PHMG/PGH 성분이 아닌 CMIT/MIT 성분으로 제조된 가습기 살균제다.

<비즈넷타임스>가 입수한 이 사건 신고서에 따르면 A씨는 애경산업의 경우 세정제를 물에 넣어 사용하라고 표시한 점과 흡입 시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안정 효과 등의 아로마테라피 기능이 있다고 기재한 부분을 신고했다. SK케미칼 역시 물속에 부어 사용하라고 표시한 점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시를 이유로 신고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4일 공정위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등을 근거로 “PHMG/PGH와 달리 CMIT/MIT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인체 위해성 여부는 명확히 확인된 바 없고, 현재 이에 대한 환경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안전인증마크(KC마크)를 부착한 것도 아니다”면서 “제품에 함유된 천연솔잎향 성분에 의해 산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다분히 기업 측을 대변하는 듯한 설명을 내놔 피해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공정위, 혼자만 뒷북

현재 정부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섬유화’만을 공식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주로 사용했던 피해자들은 (급성)폐렴과 기관지염, 피부염, 알레르기 등을 주로 앓고 있어 피해자로 인정을 받은 케이스도 극히 드문 실정이다. 환경단체 역시 당시 정부가 폐섬유화만을 피해 질환으로 단정하고 폐섬유화에 대한 인과관계만을 조사한 자체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CMIT/MIT 성분의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 중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1, 2등급)들이 적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이 관련법의 본래 취지 및 해석을 넘어서는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시광고법 규정은 물론 신고서에도 ‘부당한 표시 및 광고의 유형’을 나열하고 신고자가 자신에게 해당하는 사례를 선택하도록 돼있을 뿐, 해당 표시·광고와 피해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신고서에 적시된 유형으로는 ▲허위·과장·기만적인 표시·광고(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사실을 은폐·축소하는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거나 비방하는 표시·광고(비교대상 및 기준을 명시하지 않은 표시·광고/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른 사업자 등의 상품과 비교해 자기 상품이 유리하다고 하는 표시·광고/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른 사업자 또는 다른 사업자의 상품을 비방하는 표시·광고/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른 사업자의 불리한 사실만을 표시·광고해 비방)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에게 표시·광고를 제한한 경우 ▲기타 부당한 표시·광고 등이다.

SK케미칼과 애경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주요 성분에 대한 독성표시가 없었고, 오히려 인체에 무해하다고 사실과 다르게 적시했다. 또한 사용방법 설명 역시 가습기 살균제 자체를 세척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물과 함께 부어서 사용하라고 표시돼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물에 부어서 흡입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A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요구한 것은 해당 제품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지, 그 제품이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판단을 공정위에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최소한 수준의 과징금이라도 부과될 줄 알았는데 아예 심리를 안 하겠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심의종결 통보를 받고 제일 먼저 들었던 기분은 모멸감이었다”며 “마치 ‘너 까짓 게 아무리 해봐야 안 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아서 한동안 잠이 오질 않았다”고 털어놨다.

설령 해당 법안이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통해 반드시 피해를 유발해야지만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할지라도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정부의 최근 조치와도 모순된다. 현재까지의 정부의 기준에 따라 폐섬유화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이라면, 이미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5명)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들에게도 의료비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나아가 정부가 이들 4가지 성분 중 PHMG/PGH는 적어도 2013년에, CMIT/MIT 성분은 최소 올해 1월에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임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지난 4월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심상정 “정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축소”…본지 보도와 일치)

지난 4월 26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같은 사실을 각각 2013년과 올해 1월에 확인했다. ‘환경부가 현재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공정위의 발표 내용은 당시 이 발표가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분(CMIT/MIT)이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정위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A씨는 “정부도, 검찰도, 공정위 모두 국내 기업 감싸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면서 “옥시는 그렇게 잘 지적하면서 왜 국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90%를 제조했던 SK케미칼과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제품을 팔았던 애경은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헌재에서 제대로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독성물질을 인체에 안전하다고 허위 광고를 하고, 제품 설명 또한 세척용이 아닌 흡입하라고 표시한 데 대한 법 위반 여부를 확인받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 판매 당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습기 메이트 광고 및 사용설명 문구. 사진=비즈넷타임스
▲ 판매 당시 신문 기사에 실린 가습기 메이트 광고에 '인체무해'라는 문구가 씌여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공정위 판단 관례 되면 경제 질서 무너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상황이다. 이에 옥시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던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의 희망이 조금이나마 열리게 됐다.

A씨를 대리해 이번 사건을 진행 중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는 “부당한 표시문제에 대해 신고를 했는데 이것을 유해성의 인과관계의 문제로 결론을 내린 자체가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와 관련한 표시의 경우 그에 따른 책임 등은 그것을 표시한 기업에 있다”면서 “통상적인 법집행이라면 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실여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후 그것이 허위가 아니라거나 유해성이 없다는 사실은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처음 이 사건을 접수받은 4월부터 심사관들이 조사에 착수, 이들 업체가 제품의 주성분명 및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또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을 표기하고, 천연솔잎향의 삼림욕 효과 등의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광고했다고 봤다. 그러나 위법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사건의 심의를 종결한 것이다.

송 변호사는 “그런데 공정위의 발표를 보면 기업들이 그것을 입증했기 때문에 절차를 종료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법의 취지와 맞지 않은 것”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의 입증책임을 공정위가 면제해 준 꼴이 됐다. 이 판단이 관례로 정착이 된다면 시장경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표시를 하고 그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입증해야한다면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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