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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SK브로드밴드 하청 기사 추락사··· “‘죽음 외주화’ 멈춰라”

기사승인 2016.10.13  1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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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SK텔레콤 본사앞서 ‘수리기사 안전대책‘ 촉구

▲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 차려진 김 씨의 분향소. 희망연대노조 등은 이날 SK브로드밴드의 사과와 함께 인터넷 수리기사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비즈넷타임스=조나리 기자] 기술서비스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건과 6월 삼성전자서비스 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관련기사: “삼성 AS 기사 추락사,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에 이어 지난달 27일 전신주 위에서 작업을 하다 추락한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기사 김 모(35·남)씨도 결국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작업을 하던 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위험한 상황이 예견됐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관련기사: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 추락사고...“악천후에도 실적 압박해”)

‘기술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이하 시민단체)은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사망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인터넷 수리기사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9월 30일 원청인 SK브로드밴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이 참여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김씨의 사망을 조사한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인의 손에서 감전흔이 발견됐다”면서 “비가 오는 와중에도 작업을 진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원청인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의정부홈고객센터를 하청 받은 ㈜하나넷 소속 수리기사 김 씨는 사고 당일인 9월 27일 오전 조회 자리에서 “일이 많이 밀려있으니 다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앞서 같은달 23일에도 회사가 운영하는 카톡방을 통해 “당일 처리 못한 기사들은 퇴근 전 사유에 대해 시시콜콜 답변해줘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사유는 애초에 자르겠다”는 등의 실적 압박을 받아오고 있었다.

▲ 지난 12일 오전 11시 희망연대노조 측이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사망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인터넷 수리기사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비즈넷타임스

더욱이 김씨가 사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일에는 태풍 ‘차바’로 남부지방 곳곳이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 울산홈고객센터 측이 소속 기사들의 지속적인 업무 중단 요청에도 불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홈고객센터 소속 기사들이 공개한 지난 5일 단체 카톡방에는 수리기사들이 “차문도 안 열린다”, “도로침수 이동불가”, “곧 잠길 것 같다. 조치를 취해달라” 등의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나 팀장은 “지금 센터도 물난리 중 정신없네요”라고만 할 뿐, 현장 기사들에게 업무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수리기사들이 “센터가 물난리가 나서 정신이 없을 정도면 현장은 어떻겠습니까? 이정도 까지 답을 안주는 것은 차후 사고나 문제 발생 시 센터에서 전부 책임지는 것으로 간주 하겠다”면서 “현재 전국 홈고객센터에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사망 사고까지 있었다. 단체협약 제29조 이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해 작업 중지 요청을 한다”고 재차 말했지만 돌아온 팀장의 답변은 “OO기사님. 너무 법으로 그러지 맙시다”였다.

이에 대해 이해조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비즈넷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사망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원청은 물론 하청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면서 “아직까지 사망한 김씨와 같은 개인사업자들을 하청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일부 하청에서는 우천 시 외부 작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기사들이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청업체 사장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불합리함을 따질 수 없다보니 기사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반기기도 한다”면서 “김씨 사고 이후 하청 측에서도 원청의 변화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조만간 원청인 SK브로드밴드 측에 면담 요청을 할 예정”이라며 “기사들의 업무 등과 관련해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울산홈고객센터 소속 기사들이 공개한 지난 5일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 사진=비즈넷타임스
▲ 울산홈고객센터 소속 기사들이 공개한 지난 5일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 사진=비즈넷타임스

“원·하청 구조, 기사들 생명·안전 위협해”

시민단체가 공개한 ‘SK브로드밴드 홈 고객센터 안전사고 및 처리사례’ 자료에 따르면 36건의 사고 발생 중 기사들이 산재처리를 받은 경우는 단 5건(13.8%)에 불과했다. 반면 공상처리와 자가치료가 각각 12건으로, 총 66.6%를 차지했다. 공상처리는 사업장에서 임의로 일시적인 치료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치료가 오래 걸리거나 치료로 인한 부작용 발생, 향후 다시 재발할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더욱이 자가치료는 물론 입원 등 치료기간 동안 임금이 삭감되거나 연차에서 차감된 사례도 3건이나 됐다. 시민단체는 해당 자료에 대해 “우선적으로 급히 취합한 내용”이라며 “그 외 사례가 더 있으나 아직 산재 적용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아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은 SK브로드밴드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었다. 최영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SK, LG, 삼성 등 모든 서비스센터 수리기사들의 상황이 마찬가지”라면서 “최근 1년 동안 외부 작업 중 다친 수리기사들은 5명가량 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원청인 LG유플러스 측은 별다른 안전대책을 지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에 따르면 최근 부상을 당한 수리기사들 중에는 허리를 다쳐 장기 치료를 받는 경우는 물론, 담장에서 떨어지면서 쇠꼬챙이에 손바닥이 관통되는 등의 사고도 있었다.

최 지부장은 또 “지난 5일 태풍이 강타할 때도 설치기사들이 업무 중단 요청을 수차례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을 다 마쳤다”면서 “원청에 의해서 실적 압박을 받는 하청업체 사장이 기사들 안전 따질 여력이 있겠는가. LG는 더욱이 1년에 한 번씩 원청과 하청업체가 계약 갱신을 하다 보니 실적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전장비 지급 등은 하청업체 관할이라서 어떻게든 비용을 아끼려는 하청에게 안정장비 등을 제대로 지급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 장비인 장갑이나 사다리도 교체시기가 되도 더 사용하라고 하는 실정”이라며 이어 “건당 수수료 체계는 ‘더 많이, 더 빨리’해야 살아남는 구조인데, 그래 놓고 고객만족도를 평가하는 자체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원청 스스로가 질 낮은 서비스를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소속 기사들은 노조활동에도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지부장은 “하청업체 사장들이 노조활동을 하는 기사들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면서 “노조가 설립된 지 2년이 됐는데도 노조게시판은 지난달에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원청·정부·국회, 수리기사 추락사 대책 마련하라”

노조 측은 수차례 기사들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하청업체 역시 계약 유지를 위해서는 실적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원청과 정부, 국회를 향해 각각 하청업체 기사들의 부당한 수익구조 및 안전대책 등을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측은 원청인 SK브로드밴드에 대해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폐지와 △다단계하도급 구조 폐지 △합리적인 평가체계 마련 △통신 고소작업차 의무 배치 △산재사고 사전 예방 및 교육 등을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개인도급 형태의 하도급다단계 근절 대책 마련과 △공익사업장 노동자 원청 고용 제도 마련 △경찰 및 고용노동부의 진상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에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케이블방송통신업 공익사업장 법제화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법제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노조 측은 “홈고객센터 외주업체를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등급을 맞은 외주업체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는 불공정한 계약구조를 폐지하라”면서 “원청은 위험을 외주화 함으로써 이익만을 추구하고 진짜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 bitjo@biznettimes.co.kr

<저작권자 © 비즈넷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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