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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선언한 中, 한국 때리기 시작됐다

기사승인 2018.06.04  09: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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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 삼성전자·SK 하이닉스·마이크론 대상 반도체 담합 혐의 조사···자국 반도체 업체 육성 의도

[비즈넷타임스=김수찬 기자]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를 상대로 반독점 위반 조사를 벌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3개 회사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 D램 양산을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메모리 시장 본격 진입을 위한 견제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韓·美 메모리 업체 가격 담합 조사 착수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와 반도체 전문매체 지웨이왕 등은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24일 미국 마이크론에 ‘웨탄’(約談·당국이 감독 대상기관의 관계자를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요구를 하는 면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웨탄에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 것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 조사관들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사무실에 기습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반독점국은 지난 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이 합쳐져 세워진 막강한 시장감독기구다. 반독점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출범 후 처음이다.

중국 반독점 당국 조사관들이 중국 현지 사무실에 갑자기 들이닥쳐 각종 문서와 컴퓨터를 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 SK 등 국내 업체들은 주말 내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서 "일단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이 된 반도체 3사는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90%, 5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퍼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전 세계 반도체 수요(需要) 업체들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대형 로펌 하겐스버먼이 이 3사를 대상으로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D램 가격 담합 혐의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에서 가격 담합 의혹이 확정되면 3사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가 최대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중국 산시성 시안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신규라인에서 직원이 반도체 설계도가 새겨진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中 업체들, 메모리 가격 인상에 불만···‘반도체 굴기’ 위한 견제 목적이란 시각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반도체 업체를 상대로 가격 인하 압박을 지속해왔다. 작년 말 중국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은 중국 경제정책 총괄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이어 발개위는 지난 2월 삼성전자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갈등이 지속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부품 분야 사장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화웨이·샤오미·BBK 등 현지 스마트폰 업체 최고경영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작년 한국 반도체의 중국 수출액만 42조원이 넘는다. 중국 기업의 불만은 주요 반도체 기업이 막강한 시장 독점력을 활용해 너무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반도체 부문)와 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하는 반면 화웨이·샤오미와 같은 중국 대표 스마트폰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9~10%에 불과하다.

게다가 D램은 제조사가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사실상 세 곳밖에 없어 반도체를 조(兆) 단위로 구매하는 중국 제조사들이 가격 협상에서 전혀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런 시장 여건에서 현재 D램 반도체 가격은 2016년 6월 대비 200%나 폭등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인상은 스마트폰,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클라우드(대용량 서버) 등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모자라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형 로펌의 담합 소송에 이어 중국 당국까지 반도체 독점 여부 조사에 나서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독과점 조사는 실제로 3사가 가격 담합을 했는지 여부 못지않게 경제 외적 변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자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퀄컴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60억위안(약 1조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는 지난 2004년 일본 엘피다, 독일 인피니온과 함께 미국에서 반도체 가격 담합 혐의로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고 임직원 16명이 징역형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 소비자 집단소송도 제기돼 반도체 업체들이 총 3억달러(약 3200억원)의 민사 배상금도 지불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당시에도 4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휼렛패커드(HP) 등 미국의 완성품 제조사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판매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3사에 대한 중국의 규제에 중국 완성품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뿐 아니라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비롯해 푸젠진화·허페이창신 등 중국 반도체 3사는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험 생산을 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사진=뉴시스

마이크론 “적극 협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언급 자제

이번 조사에 대해 마이크론은 3개 회사 중 유일하게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는 관례적인 것이며 우리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업체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4.9%, SK하이닉스 27.9%, 마이크론 22.6% 등 3개 회사가 95.4%의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3개 회사 외에는 D램 공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입장에선 올 연말부터 D램 양산 본격화를 위해서는 이들 회사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에선 중국이 메모리 기술 협력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서 현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직간접적인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서둘러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대응은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이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김수찬 기자 capksc3@bizn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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